
지난달 27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신사법’이 처음 발의된 지 12년 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신사법이 본회의에서 가결된다면 현행법상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이 비의료인에게도 허용된다. 이에 한국에서 타투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낙인’에서 ‘표현’으로
과거 폭력과 범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문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시대가 변하며 점진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국내 스포츠 스타나 이효리, 지코, 지드래곤 등 연예인의 타투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수 교수(의류학과)는 “현재 문신은 패션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하나의 예술로 인식된다”라며 “한때는 힙합 등 하위문화에서만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곧 개성 표현을 위한 장식적 목적으로 널리 유행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영주 교수(경성대 패션디자인학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젊은 세대는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인 ‘문신’이라는 용어보다 장식적 이미지의 ‘타투’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타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조민서 씨(22)는 “한국에는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지만 젊은 세대는 대중매체를 통해 타투를 접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타투에 대한 인식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타투를 경험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현재 전국에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을 포함해 타투 문화를 경험한 사람이 1300만 명 정도일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국민 4명 중 1명은 이미 이 문화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혜원 교수(국립창원대 의류학과)는 “그동안 타투 문화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주변을 보면 눈썹 문신을 한 중장년층이 많다”라며 “유명 정치인들도 눈썹 문신을 할 정도로 시술 자체는 대중화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현행 법제는 타투이스트와 소비자 모두에게 걸림돌
그러나 문신이 보편화된 현실에도 여전히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닌 경우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해당 조항에 의거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고 있다. 백경희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문신이 바늘을 이용하는 침습성 행위라는 점에 기반해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의료 행위로 파악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박혜원 교수는 “모든 종류의 문신을 의료 행위로 보고 불법으로 간주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전했다. 김도윤 지회장 역시 “2020년대까지 법제화가 되지 않았던 두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었고, 이제는 일본에서도 눈썹 문신, 아이라인 문신 같은 미용 문신이 아닌 글과 그림을 주제로 한 서화 문신은 미술 행위로 보고 의료 행위에서 제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이 법제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이 비의료인에 해당하는 타투이스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도윤 지회장은 “신고로 인해 단속을 당하면 주로 벌금형, 드물게는 징역형에까지 처해진다”라며 “법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문신 시술을 받고 타투이스트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 이런 사건으로 1년에 한두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심영주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는 것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근거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에 부딪히고는 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신사법이 도입되면 철저한 관리로 소비자의 권익이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타투이스트 ‘피페린’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채은 씨(20)는 “비의료인의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없어 대부분 기존 타투이스트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운다”라며 “충분한 교육 없이 활동해 위생 문제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철호 교수(남부대 경찰행정학과)는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면허 소지자만 타투이스트로 일할 수 있고, 정기적인 위생 교육을 받으며 시설과 장비도 일정 기준을 갖추도록 관리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혜원 교수는 “위생 규제, 책임 보험 제도가 도입돼 감염과 알레르기 문제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조민서 씨는 “문신사법이 통과된다면 타투 샵에서 위생 관리가 강화되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투를 받고 나서 피부 알러지 등으로 부작용을 겪어도 불법이라는 이유로 구제받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점도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만의 타투 문화 발전을 향해
국내에서 비의료인의 문신이 불법인 와중에도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작업은 지속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인스타그램 등의 창구로 한국의 타투 작업이 국경을 넘어 해외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박혜원 교수는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SNS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윤 지회장도 “전세계에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의 타투 작업을 한국인이 도맡았다”라며 “지금도 각국 대도시에서 가장 큰 타투 스튜디오에 방문하면 한국어로 작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해외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한국 타투에서 대중적인 소재는 위압감을 주는 문양이 아니라 생활 주변의 친숙하고 귀여운 것이 많다”라며 “밝은 명도와 고채도의 색을 사용하거나 수채화 같은 화풍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이 특색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 타투 문화 발전에 큰 도약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혜원 교수는 “타투이스트가 정식 면허와 등록으로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으면 노동권이나 사회보험 보장을 비롯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타투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타투 투어리즘이 등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영주 교수는 “문신사의 자격·면허·영업·위생·안전관리 등을 국가가 관장하게 되면 20대를 중심으로 타투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뷰티 산업의 일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신사법으로 대표되는 법제적 노력에 더해 인식 측면에서의 진전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윤 지회장은 “한국에서는 타투를 한 이가 출연하면 테이프를 붙여 가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기에는 법적 근거가 없고 관행일 뿐”이라며 “타투는 호불호가 명확한 문화지만 동시에 외모의 일부기 때문에 이를 ‘가려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점은 폭력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채은 씨는 “타투를 단순히 신체에 새기는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매체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불량함의 상징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이처럼 변화하는 제도에 발맞춰 고루한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민서 씨는 “나 역시도 타투를 가지고 있지만 타투가 크거나 많은 경우 무섭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라며 “그래서인지 남들이 봤을 때 나도 안 좋게 보일까 싶어 불량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털어놓았다. 타투는 이미 예술로서, 어쩌면 그보다도 더 가깝게 우리 문화 속에 공고히 자리 잡았다. 문신사법이 타인의 자기표현을 곡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재하는 것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