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이제는 범죄자 취급받지 않고 당당하게 작업할 수 있겠죠?"
부산 남구에서 활동 중인 23세 타투이스트 '해류(가명)' 씨는 최근 국회에서 들려온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지난 2025년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문신사법'이 가결되었기 때문입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 온 '비의료인 문신 불법'의 굴레가 벗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원비 내고, 문하생으로 또 내고... 험난한 입문기
해류 씨가 타투의 길에 들어선 건 스무 살 무렵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타투 학원에 3개월간 10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내며 기초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고참 타투이스트 밑으로 들어가는 '문하생(도제식 교육)'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스승님께 매달 돈을 내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요. 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 트렌드는 또 다르거든요."
열정 하나로 버텼지만, 사회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직업이기에 시작부터 '음지'에 발을 담가야 했던 것입니다.

"사무용 잉크입니다"... 눈물의 해외 직구
가장 황당하고 힘들었던 건 '재료 구하기'였습니다.
타투 머신이나 바늘, 잉크 등은 주로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데, 통관이 문제였습니다.
"잉크를 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품명에 '타투 용품'이라고 적히면 통관이 안 돼요. 그래서 배송 대행업체를 통해 '사무용 잉크(Office Ink)'라고 거짓 표기를 해서 겨우겨우 들여왔습니다."
내 돈 내고 재료를 사면서도 마치 밀수꾼처럼 가슴 졸여야 했던 현실. 이것이 대한민국 타투이스트들의 민낯이었습니다.
"신고할 거야"... 법의 사각지대 악용하는 사람들
해류 씨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습니다.
선배 타투이스트가 무료로 포트폴리오 모델 작업을 해줬던 한국인 손님 사건입니다.
작업을 마치자 그 손님은 돌변했습니다.
"이거 불법인 거 알지? 내가 모델 해줬으니 오히려 돈을 내놔라.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였지만, 법은 타투이스트 편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미성년자가 담배를 사서 피워도 판매자만 처벌받는 것처럼, 불법 의료행위라는 약점을 잡힌 타투이스트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그 선배는 외국인 손님만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흉터 위에 희망을 새기다
하지만 이제 2027년 10월 29일 법 시행을 앞두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해류 씨의 꿈은 '흉터 커버 전문 타투이스트'입니다.
사고나 수술로 생긴 흉터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덮어,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유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제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지잖아요. 더 당당하게 실력을 쌓아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무용 잉크를 주문하던 청년 예술가들은, 이제 양지에서 희망을 새길 준비를 마쳤습니다.




